주한미군의 재판권 포기 거부를 규탄한다

1. 주한 미군은 지난 6월13일에 일어난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 살인범죄에 대한
정부의 재판권 이양요구에 대해 8월 7일 '공무 중 사고에 대한 재판권 포기 선례를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다고 통보했다. 이로써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갈가리 찢겨진 두 꽃다운 여중생의 시신과 함께 우리의 주권과 자존심은 다시 한번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2. 이번 사건은 평소에 미국이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가를 다시 한번 드러내
보여준  것으로, 그들이 입으로는 혈맹이니 우방이니 뇌까리지만 실은 자국의
독선적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이 땅에 주둔한 점령군에 불과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 주었다.

3. 자기 영토 안에서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은 한 나라의 기본적인 자주권에
속하며, 남의 나라에 와 있는 미군은 마땅히 주둔국 국민의 생명과 자주권을
존중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주한미군은 불평등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을
방패삼아 그동안 수많은 살인범죄를 저지르고도 온갖 뻔뻔한 구실로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려왔으며 단 한번도 재판권을 포기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차제에
한국전쟁 중 미군이 저지른 무수한 양민학살도 그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수많은 야만적 범죄 행위도 우리 국민을 멸시하는 미군의 오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과 궤를 같이 한다는 데 주목한다.

4. 우리는 또한 주한미군의 이같은 오만방자한 태도가 미국의 패권주의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이번 두 여중생 압사사건의 책임은 일개 장갑차 운전병이나
그 상급 지휘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십자군"이요 "전쟁의
해"요 "악의 축"이요 하는 망발로 미군 병사들에게 병적인 강박관념과 우월감을
부추겨 인격을 황폐화시킨 미군의 최고통수권자 부시에게 그 책임이 있다. 우리는
온갖 구실로 세계 도처에서 긴장을 조성하여 침략전쟁을 일으키고 세계 평화를
교란하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강력히 규탄한다.

5. 또한 우리는 이번 사건에 우리 자신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음을 절감한다.
애당초 미군을 이 땅에 불러들여 작전지휘권을 넘겨주고 불평등한 SOFA협정으로
치외법권적 지위를 허용한 것도 사대매국적 역대정권이었으며, 그동안 온 나라에
숭미 사대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미군이 우리를 업신여기도록 자초한 것도 바로
우리들 자신이었음을 통감한다.

6.  이에 우리는 SOFA의 독소조항 폐기와 나아가 전시작전지휘권 회수 등 자주권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에 간곡히 촉구하면서, 앞으로 온 국민과 함께
나라의 자주권 회복과 궁극적인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더욱 뼈아픈 각오로 반제, 반
세계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다짐한다.

			2002년 8월7일

				사월혁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