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22일의 고공단식투쟁. 
이제 우리가 그 투쟁에 답해야 한다!
-광화문 광고탑 고공단식농성 중이던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 건강 상태
악화로 고공단식 22일차인 5월 5일 낮 긴급히 농성 중단 결정. 12시 10분 경
병원으로 긴급 후송.
-다섯 명의 노동자들은 고공단식 농성 지속. 노동악법 철폐! 노동3권 쟁취!를 위한
동지들의 목숨 건 투쟁을 더 완강히 벌여나갑시다!

 22일째다. 40미터 고공 위 땅을 밟지 못한 상태에서 물과 소금만으로 버텨온
시간이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통임에도 광화문 광고탑 위 여섯 명의
노동자들은 이 땅 노동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처참한 상황을 끝장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의 목숨을 갉아먹으며 하루하루의 시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고공단식농성 22일차인 오늘(5월 5일),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이 건강 상태 악화로 고공단식농성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인근
지회장은 며칠 전부터 복통과 어깨, 목, 팔 등의 통증을 호소해왔다. 5월 4일
밤부터는 몸을 움직이지 못 할 정도의 상태로 악화됐다. 응급 상황 발생에 따라
5월 5일 오전 긴급히 의료진 진료를 진행했고, 진료 결과 의료진은 이인근
지회장의 어깨 근육과 인대 파열이 의심되며, 지속적 저영양 상태와 저혈당으로
인해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의료진은 더 이상 단식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로
긴급히 병원 후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월 5일 이인근 지회장의
고공단식농성 중단을 결정하고, 12시 10분 경 긴급히 녹색병원으로 옮겼다. 

 22일의 단식 끝에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땅으로 실려 내려온 동지를
지켜봐야 하는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도대체 왜 노동자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저 높은 곳에서 곡기를 끊어야 하는가. 목숨을 걸고 외치는 그 절박한
호소에도 여전히 노동자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권력 놀음에 혈안이 된 자들에게
저 곳 노동자들의 생명은 그렇게도 하찮단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곡기를 끊고 광고탑을 지키고 있는 다섯 노동자의 호소를 도대체 언제까지
외면하고 침묵할 것인가. 

 고공단식농성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정치권은 일관되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했고,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기만적인 공약과 발언만 내뱉고 있다. 
 지난 5월 4일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찾아갔지만 그 자리에서 또
한 번 그들의 민낯을 확인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버젓이 당사
앞마당을 내주었지만, 이 땅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으라고, 노동자들이 처한 이
상황을 똑바로 보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을 맞은 것은 또 다시 경찰의 방패였다.
면담 요구를 거부하고, 모두가 들락날락 하는 당사 건물 출입도 투쟁하는
노동자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우리는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국민이
아니었고, 그저 차단하고 내쳐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우리의 요구에 대한 답변이라고 내놓은 것은 ▲비정규직의
단계적 감소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정리해고를 기업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한정한다는 식의 사실상 지금까지의 입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형식적 답변에
불과했다. 정리해고된 노동자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빼앗긴 노동자들을 당사 건물에 발  조차 들이지 못하게 했던
문재인 후보는 같은 날 TV연설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 해고되지 않고
행복한 노동자의 현실을 만들겠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얘기를 뻔뻔하게 늘어놨다. 당장 자신의 선거캠프를 찾아간 노동자들을 짓밟은
자가 도대체 누구를 보호하겠다는 것인가. 비정규직, 정리해고제도를 그대로 둔 채
어떻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의 행복과 생존을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정리해고된 노동자가 40미터 고공위에서 목숨을 담보로 22일 동안 곡기를 끊고
끝내 병원에 실려가는 상황을 외면한 자가 무슨 자격으로 노동을 얘기하고, 좋은
일자리를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지난 22일 동안 여섯 명의 노동자가 저 위로 오를 수 밖에 없고, 목숨을
갉아먹으면서까지 밥을 굶어야 했던 이유를 다시금 확인했다. 화려한 선거판이
벌어지는 내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과
대선주자들에게 짓밟히고 외면당한 22일 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우리가 투쟁하지 않으면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무엇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선거 기간 표를 얻기 위해 기만적으로나마
‘민생’을 얘기하고 있는 이들이 선거 이후 자신들의 입장을 뒤집고 노동자·민중
탄압에 나서는 것을 몇 차례나 봐오지 않았나. 저들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권력의
주인만 바꿀 뿐인 선거가 끝난 5월 10일에도 여전히 우리 동지들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을 것이고, 이 땅 노동자·민중들의 삶은 고통은 지속될 것이다.

 지금도 40미터 고공 위 동지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1분 1초를 버텨내고 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싸우다 내려온 이인근 동지, 그리고 지금도 고공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동지들의 뜻을 받아 더 큰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다.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쟁취!’의
요구는 결코 물러날 수 없는 노동자의 삶의 요구이다. 이 요구를 쟁취하지 못하면
더 이상 노동자에게 희망은 없다. 이 싸움을 누가 해나갈 것인가. 고공 위
동지들이 목숨을 걸고 만든 이 투쟁을, 세상에 외치고 알려낸 노동자들의 삶의
요구를 이제는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연맹이 받아 안아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새가 없다. 이미 민낯을 확인한 정치 세력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연맹이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모아 시급하게 노동악법을 철폐하고,
노동법 전면 제·개정을 통한 노동3권을 쟁취하는 위력적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탄압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세력이 이 싸움의
주체로 나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한 강력한 싸움을 벌여 나갈 것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촉구한다. 

2017년 5월 5일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