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제가 대통령이 된 후 보고받은 바로는 원래 한국과
미국 사이에 사드배치를 합의할 때 금년 하반기까지 사드 발사대 1기를 야전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나머지 5기는
내년도에 배치하기로 스케줄이 합의됐었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측이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그러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모든
절차들이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앞서 청와대는 국방부가 지난달 말 새 정부에 사드 발사대 4기의 국내 반입 사실을
보고하는 것을 고의로 누락했다며, 문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포함해
사드배치 결정의 전 과정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이 사드 관련 의혹 조사를 명령한 데 이어
합의문까지 전격 공개하자, 문재인 정부가 사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 전개와 문 대통령의 발언 등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우선, 문 대통령은 사드배치 문제로 미국과 등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드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국에
유연하게 대응했다. 

취임 이후에도 사드배치 철회가 아닌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시기를 연장시키는
선에서 일단락지으며 미국을 자극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미국과의 관계에 신경 쓰는 이유는 지난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외교 실패 교훈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문 대통령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해 사드배치 반대 여론에 힘을 실어
유리한 협상 조건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사드배치 자체를 문제 삼을 경우 찬반 논란이 격돌해 여론을 모아내기 힘들다고
판단, 상대적으로 기준이 분명한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하고 있다. 

보고 누락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라고 강하게 반응한 것도,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1년여 동안 배치를 연기시킨 것도, 이번에 합의문을 공개한 것도 모두
사드배치 반대여론을 촉진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번 주말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미대사관
인간띠잇기’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적 입지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촛불이 만든 대통령이 촛불의 힘으로 미국과 당당한 외교를 펼칠 수 있도록
촛불시민들이 나서서 ‘사드배치 철회가 국민의 명령’임을 분명히 전달해야지
않을까./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