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 정부가 미국의 부당한 한미FTA 재협상 요구에 굴복하였다.
 한미 양국은 지난 밤 미국에서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회의에서, “양측은
한미FTA의 상호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의 개정의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미 더 이상 퍼줄 것이 없는 협정, 심지어 정부와 관변, 재계
연구소들에서조차 “폐기하면 미국이 손해”라는 협정인 한미FTA를, 트럼프의 억지
요구에 맞춰 또 개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는 이제는 아예 대놓고 이번 협상이 어떤 협정의 결함이나 문제점 때문이
아니라 “한미동맹”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에 “한미동맹이 깨지면
안된다”며 맞장구치고 있다. 주권국가 정부와 책임있는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조차 내팽개치고,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 민의도 어느샌가
망각해버린, 부끄러움이라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한심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 나라의 통상교섭본부장이라는 자가 트럼프의 공갈협박에
맞서 “우리의 분석 결과, 폐기하면 미국이 손해이니, 폐기할테면 하라”고
맞받아치기는커녕, 역으로 미국이 아닌 우리 국민들을 향해 “미국의 한미FTA 폐기
위협”을 들먹이며 미국의 억지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협박하고 있는 꼴사나운
행태이다.
 지난 협상과 협정 체결 과정에서 유감없이 보여준 바와 같이, 그가 잘하는 일은
우리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미국의 요구를 우리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드러났으며, 그가 우리나라의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부적격이라는 사실이 또 한 번 증명되었다 할 것이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출지 검증된 바 없고, 지리적 특성 상 북한의 미사일에
무용지물이며, 최대교역국의 경제보복과 유사시 군사대응을 부르는 사드도
‘한미동맹’때문에 들여와야 하고, 근거 없는 억지와 ‘폐기’ 공갈에도
‘한미동맹’때문에 한미FTA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한다. 최소한의 상식과 합리에
반하는 일들이, 촛불 항쟁으로 정권이 쫓겨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아래 정부와 정치권, 재계와 언론에서 정당화되고,
국민에게 강요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미FTA는 이미 최소한의 균형도 없이 미국의 이익에
일방적으로 편향된 굴욕 협정이다. 돌아보라. 지난 한미FTA 협상의 대부분은
미국이 우리에게 높은 관세를 폐지하고, 미국식으로 제도를 변경하며,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해 양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일관되었지 않았는가. 한미FTA 협정 기간
동안, 우리 정부가 미국에 공세적으로 요구한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무역구제
문제에서 보듯 그나마 미국이 반대하자 바로 꼬리를 내리지 않았던가. 우리 정부가
한 일의 대부분은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을 ‘개방’이니 ‘선진화’니 하는
내용으로 포장해 반대 여론을 억제하는 것 뿐이지 않았던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맺어진 협정을, 그 의도가 어떠하건 간에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폐기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정부는 즉각 한미FTA 재협상을 중단하고, 트럼프가 ‘폐기’를
운운하다면 “폐기할테면 하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이를 굴욕협정 폐기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7년 10월 5일  FTA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