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2003 전국노동자 대회
        5만 노동자 참가- 40여명 부상, 50명 연행  

송정미/김규종 기자(tongil@tongilnews.com)


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11월9일 오후 3시 시청앞 광장에서는 5만여명의 노동자, 학생,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03 전국노동자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국민연금 개악 저지, △노동탄압 분쇄,
△파병반대, △WTO 반대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에는 12일 총 파업 한번으로 결코 끝나지 않고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이재웅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출범시 참여정부, 개혁정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밝힌 바 있으나 불과 100일도 되기 전에 노 정부의 본질은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였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실망과 분노를 자아내는 노무현 정부 출범
9개월이었다"고 현 정부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단 위원장은 "이제는 그도 넘어 이땅의 젊은이들을 죽음의 땅인 이라크로
내몰고 있다"면서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 민중의 참여 정부가 아니라, 자본가와
수구보수세력의 참여정부이다"라고 비난하고, 노무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도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머리 숙여 백배
사죄하고 우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격려사에 나선 민중연대 정광훈 상임대표는 "더이상 열사들의 시체들을
수확하지 말고 역사의 변혁을 수확해 나서자"고 선언했다.

정광훈 상임대표는 "부패한 권력은 시정으로 치유할 수 없"으며 "민중의
반란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고 참가자들의 투쟁의지를 독려했다.

집회장에는 한진 중공업 노동자 30여명이 상복을 입고 김주익 열사의 영정을 들고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집회 참가 노동자들의 눈빛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이날 집회에는 이창근 쌍용자동차 조합원과 위철수 세원테크 조합원은 `현장
발언`에 나서 총파업 투쟁을 지지하며 투쟁의 의지를 다잡았다.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연대의 말도 이어졌다. 

정현백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이라크 추가 전투병 파병을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 못지 않게 파병
반대 투쟁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 이라크 평화를 위한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도 "2003년 노동자의 길이 고난의 길일지라도 그 고난의
길이 영광의 길로 만드는 투쟁"이라고 강조하면서 "열사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그
어떤 어려움과 탄압이 있더라도 노동해방의 길을 버리지 말자"면서 민주노동당도
"내년 총선을 승리해 부패정권을 심판하는데 힘차게 달려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지난 10월22일 부산역 집회에서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
추도사로 눈물바다를 만들었던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인 김진숙씨가 추모사를
낭독해 집회 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추모사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집회장 내 이곳저곳의 노동자들의
얼굴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추모사의 마지막 문구처럼 "지금은 죽을 만큼 힘들어도 기필코
살아서 단결투쟁, 노동해방으로 총진군합시다"라는 분노와 각오를 투쟁 결의문으로
모아냈다.

참가자들은 투쟁 결의문을 통해 "11월 12일까지 손배가압류철회,
비정규노동자차별철폐, 부당노동행위척결을 위한 민주노총의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과 "사용자대항권강화, 국민연금개악, 퇴직금제도개악, 개방정책, 이라크파병 등
노동자.민중의 목줄을 죄는 반개혁 작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노무현정부에게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11월 12일 전면 총파업투쟁에 돌입하기로
결의했으며, 11월 15일 노무현정권 심판 범국민대회, 11월 19일 농민대회, 12월
3일 민중대회로 이어지는 `민중 총궐기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대회를 마친 집회참가자들은 종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전경들과 대치
화염병을 투척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40여명이 부상하고
50여명이 연행되었다.

민주노총은 이날 저녁 경찰의 폭력 진압이 심각성을 더해가자, 즉시 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폭력 진압 중단과 연행자 석방을 촉구했다.

성명은 "경찰이 특수기동대를 앞세워 도를 넘어선 무차별 폭력진압에 나서
부상당한 노동자가 속출하는 등 그렇지 않아도 격앙된 노동계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찰의 폭력이 "예기치 않은 큰 일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계속해서 성명은 "11월 6일 경찰의 불법 폭력진압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며 특히 잇따라 노동자 집회에 강경대응하는 종로경찰서장에 대해서는 끝까지
응징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격앙된 노동자들을 자극하는 폭력진압 즉각 중단"과
"이정영 민주노총 조직국장 등 구속된 노동자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오후 8시 20분경, 집회 참가자들은 명동성당에서의 정리집회를 마치고 해산했다.

한편, 민주노총 집계에 의하면 이날 투쟁 과정에서 의식불명 상태인 화학섬유연맹
소속 코오롱 노조의 한 간부를 비롯해 40여명의 부상자들이 10여개의 병원으로
이송돼 있으며, 연행자도 강서경찰서(5명), 서부경찰서(11명), 송파경찰서(2명),
서초경찰서(23명), 수서경찰서(3명), 서대문경찰서(3명), 노원경찰서(3명) 등
50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