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대회- 성난 농민들 국회로 행진
              "농민들이 죽고 있다" "WTO 박살내자"
  

 2003년 전국 농민대회가 각지에서 올라온 10만 여명의 농민이 "WTO 박살내자"
구호를 연호하는 가운데 오후 3시50분경부터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렸다. 

농민들은 대회 시작과 함께 '민족농업 사수를 위해 먼저 간 고 이경해씨에 대한
묵념'에 이어 농민가를 제창하고 "한-칠레 FTA 비준 저지하자" "농업협동조합
개혁하자" "농업 시장개방 막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송남수 농민연대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시장개방 공세에 우리 농업이 지금
생사기로에 서있다. 생산비도 못건지는 농산물 가격에 쌀 시장 마저 미국의 공세에
내주게됐다. 이제 농사지을 품목이 없다. 우리 400만 농민이 단결해서 투쟁하자.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고 절규했다. 

서정의 한농연 회장은 "1년에 1백여명이 농가부채 때문에 농약을 마시고 있는 데
농협중앙회는 손쉬운 고리대금업과 수익사업을 통해 배를 불려가고 있다. 현재
농협은 농민 위에 군림하고 있어 농민은 나날이 가난해지고 있다. 농업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농민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현찬 전농 의장은 정치연설에서 WTO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다국적 곡물상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만 대변하는 WTO 때문에 우리 농민이 논두렁에서 죽어가고
있다. 이경해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반드시 WTO 농업 협상을 저지해야 한다"
외쳤다. 

정현찬 의장은 또 "정부가 11월11일 발표한 119조 규모의 농업지원계획은 허점
투성이"라며 농민들은 이에 속지말자고 호소했다. 

대회는 김인호 한여농 회장이 낭독한 투쟁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농업의 위기와
농업의 처참한 현실을 외면한 채 자유무역 확대정책과 WTO 협상, 쌀 재협상을
앞두고 수입개방을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대다수 농가에 탈농을 유도하는
농업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근본적인 농업, 농촌, 농민의 희생을
위해 `WTO/DDA 농업협상 및 쌀 재협상 등 개방정책 반대한다`, `통일에 대비한 쌀
자급 및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라` 등의 10대 요구사항을
채택했다. 

이들은 이러한 4백만 농민의 10대 요구사항을 정부가 수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만일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12월 6일 2차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해
농민요구 관철과 민족농업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상징의식으로 `WTO`, `FTA`라 쓰여진 가로 30미터, 세로 20미터의 대형
성조기 2개와 `농업중앙회` `농가부채`라고 쓰여진 같은 크기의 흰천을 찢고
불태웠다. 

상징의식으로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여의도와 마포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나
경찰의 강력 저지로 곳곳에서 남투극이 벌어졌다. 

한편 이날 대학로에서도 오후 3시부터 전남북 지방 농민등 1만5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농민대회가 분산 개최되었다. 

대학로 대회에서 전농 문경식 부의장은 "지금 농민들은 빚더미에 눌려 농약을 먹고
자살을 하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전투구에 여념이 없어 농민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대학로 집회를 마친 성난 농민들은 오후 4시경 종묘공원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으나
역시 경찰의 저지로 곳곳에서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최측은 각지방 경찰의 저지로 2만여명이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항의했다.
이날 경찰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수많은 농민들이 연행당하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농민들은 이날 밤 지하철 곳곳에서 노숙투쟁을 벌이는 등 농업개방 반대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