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 142
글쓴날 : 2007-07-14 22:53:07
글쓴이 : 사월혁명회 조회 : 5523
제목: 이시우 사건 담당 최병모 변호사의 모두진술문

이시우(본명 이승구)사건 담당변호를 맡고 계시는 덕수법무법인 최병모 변호사의
2007년 7월 4일자 모두진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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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 두 진 술<<

사  건     2007고합558 국가보안법위반
피고인     이   승   구

1. 논  점

  국가보안법이, (1) 그 실질에 있어서는 국가의 안보라는 불명확한 명분아래
사상을 검열하여 헌법이 보장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률이라는 점, (2)
그러므로 문명국가에서는, 더군다나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는
이유로 국제연합에서도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에 걸쳐 폐지를 권고한 바 있고,
세계의 대표적인 지성들도 모두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악법이라는 점,
 (3) 찬양, 고무, 선전, 선동, 반국가단체, 이적단체 등 법조문이 사용하고 있는
개념 자체가 너무나도 포괄적이고 규제대상 자체가 불명확하여 우리 헌법이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는 법률이라는 점, (4) 1948년에 제정된 이후 독재정권
시절에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반독재 운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가장
대표적인 정치적 악법이라는 점 등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점들을 여기에서 다시 반복하여 주장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이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 제정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58년이 넘도록 그 적용범위를 더욱 확장해 오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존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21세기의 첫머리에 아직도
18세기적인 사상의 검열과 억압이 자행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이 사건 재판의
심리에 들어가기에 앞서 다시 한번 개괄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국가보안법의 적용실태

  국가보안법은 1948. 12. 1. 부칙을 제외한 6개의 조문으로 제정된 이후 현재의
25개 조문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개정되면서 그 규제와 적용의 범위를 확장해
왔습니다. 또한 그 적용실태에 있어서는 전두환정권과 노태우정권 시절에는 매년
1,500명이 넘는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이 구속 기소되는 사태가 수년씩 계속되었던
일도 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기소되는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고는 하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본권으로서 우리 헌법도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처벌가치가 없는 행위까지도 처벌한다거나,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아닌 수사기관에 의해 가공된 사실을 전제로 처벌한다는 점 등에
있어서는 본질적으로 이전의 경우와 조금도 달라진 부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상과 학문연구, 예술창작 등
정신적 활동영역에서 국민에게 자체검열을 강요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우리
사회의 사상적 문화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의 해석 적용에 있어서 검찰이나 법원이 견지하고 있는
입장이나 태도는 과거와 조금도 달라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아도 극히 지엽적인 부분에서 수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20년 또는 그 이전의
공소장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독재를 청산하고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어 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5년 전 또는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진전을
이루어 냈습니다.
 남과 북 사이에 수시로 장관급회담, 장성급회담 등이 이루어지고, 정상회담이
논의되고 있으며, 매년 수 십 만 명의 사람들이 북녘을 왕래하고 있습니다.
2006년도의 경우 북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경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6만 8천 여 명이 정치, 경제, 문화, 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북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 그리고 이를 적용하는
공안수사기관 및 법원만이 놀라운 시대의 변화를 아랑곳하지 않고 수 십 년 전의
상태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률이란 그 존재의 기반이 되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사문화
되어 타당성과 실효성을 상실하게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만은
20년 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양태로 적용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이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서는, 그리고 그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국가보안법의 허구성과 이 시대의 허위의식을 직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남북관계, 한미관계, 북미관계를 지배하는 허위의식

1)
  법률의 적용과정은 먼저 법률이 적용될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여기에 합리적인
해석으로 객관성이 담보된 실정법의 조항을 대비하여, 끝으로 결론으로서의
법률효과를 이끌어 내는 3단 논법적인 방법에 의해 수행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법률적용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먼저
정확한 사실관계가 확정되어야 할 것이고, 다음으로 합리적이고 엄격한 법해석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끝으로 법률을 적용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는 어떠한 편견이나 외부적인 검열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자기검열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의 적용과정에 있어서는 이상의 3가지 측면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적어도 1987년까지 40년의 독재를
경험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외세에 의한 분단으로부터 비롯된
남북의 대치상황과 6.25 전쟁 이후 고착화된 분단체제는 독재정권의 재창출과
유지에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상황을 제공해 왔습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이러한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도구로 기능해 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군사독재 기간 중 공안 수사기관과 법원은 국가보안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독재정권의 요구에 굴복하여 독재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국가보안법을 해석하고 적용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의 공소장은 심각하게 왜곡된 사실관계 및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과 왜곡된 현실인식, 그리고 허위의식으로 분칠되어 있는 하나의 정형화된
형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공소장을 검토해 보더라도 과거의
이러한 관행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3)
  우선 공소장의 모두사실에 대한 기술에서부터 검찰은 국가보안법의 해석 적용에
있어 그 당연한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매우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정부를 참칭하고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불법구성된
반국가단체”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남과 북의 국가성립 과정을 역사적으로 되돌아보거나, 국가학에서 논의하는 바
국가로서의 성립요건을 따져 보거나, 국제사회에서의 활동상황을 살펴보거나, 어느
경우에도 북한은 독립된 국가이지 결코 반국가단체나 반란단체가 아닙니다.
 더구나 이미 남과 북이 유엔에 회원국으로 동시 가입하였고 정상회담과
장관급회담, 장성급회담을 수시로 개최할 뿐만 아니라 연간 수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남북을 왕래하는 마당에야 북을 반국가단체로 지목하는 것은 통상인의
건전한 상식에 어긋납니다.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정부와 공무원들은 형법과
국가보안법상 당연히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반란단체를 대화의 대상으로
인정하여 왕래하고 교류하는 것으로서 그 행위 자체가 처벌의 대상이라고 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 관한 판례에서 북한은 동반자적 관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갖는 2중적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아무리
법률해석 역시 말로서 하는 것이라 하지만 이와 같은 해석이 단순한 문학적 비유가
아닌 이상 정확성과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률 해석으로서는 용납될 수 없는
모순덩어리라는 것은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른 어떠한 분야와도 달리
법률의 영역에 있어서는 위법(불법)의 영역과 적법의 영역 두 가지가 존재할 뿐
위법도 적법도 아닌 제3의 영역이나 위법이면서 동시에 적법인 2중적 영역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법률, 더 정확하게는 전체로서의 국법질서가
금지하는 위법의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은 모두 적법한 것이며, 법률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개개의 행위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거나 또는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이 있거나 또는 없거나 할 뿐이지, 두 가지의 성격이 병존하거나
혼재할 수 없습니다. 또한 행위자의 유책 여부의 판단 역시 유죄이거나 무죄일
뿐이지 유죄이면서 동시에 무죄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제3조
소정의 반국가단체의 구성죄 또는 가입죄의 구성요건 요소인 “반국가단체”를
적법한 지위와 위법한 지위를 동시에 갖는 대상으로서의 실체, 즉 “동반자적
관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갖는 2중적 지위”에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그 자체 법률해석으로서는 논리파탄을 범하고 있는 것이며,
법률개념으로서는 그 자체 모순인 것입니다.
 
  이 사건 공소장이 주장하듯이 북한은 지금도 “대남적화공작을 전개하고 있고”
또한 “남한을 무력 적화통일 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가?
  남과 북은 1972. 7. 4.의 남북공동성명, 1991. 12. 13.의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 2000. 6. 15.의
6.15공동성명에서 거듭 남북의 화해와 상호 불가침을 확인하고,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에 의한 민족통일방안에 합의하였으며, 이미 알고 있듯이
연간 수 십 만 명이 넘는 인원이 남북을 왕래하고, 장관급회담, 장성급회담이
수시로 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은 여전히 대남적화통일을 기본목표로
설정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제까지 남과 북이 함께 진지하게 합의한 위 모든
문서들은 북측의 사기와 거짓의 결과인가? 또한 그렇다면 위와 같은 사기와 거짓의
토대 위에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또 앞으로도 진행 될 남북간의 회담이나
합의 역시 모두 사기와 기만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과연 그렇다면 왜 남측 정부는
이와 같이 무의미하고도 우매한 일을 계속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인가?
검찰은 이점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더구나 국방부가 공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2004년 기준으로 남측의 인구는
북측의 2.1배, 1인당 GNP는 15.5배, 따라서 국가 전체의 GNP는 33배,
무역총액규모는 155배라는 것인데,북은 여전히 무력에 의해 남을 적화통일 할 수
있다고 믿고 그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가? 근래의 연구에 의하면 현존
군사력의 단순한 수평적 비교에 의하더라도 학자에 따라서 남측의 전력이 북측의
2배 이상 6배에 달한다고 평가하는데, 따라서 잠재군사력이나 종합전력,
전쟁수행능력에서는 더욱 압도적 우위에 있다는 것인데, 그리고 주한미군사령관
자신들도 이미 1991년부터 북한군은 전쟁수행능력이 없는 상태라고 평가해
왔는데(아래 주석 13 참조), 아직도 북이 적화통일을 기본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또한 북이 이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검찰이 과연 구체적,
객관적으로 엄격하게 입증한 바 있는가?

  위에 본 대법원의 판시취지나 헌법재판소의 결정내용을 보면, 북한의
무력남침위협, 적화통일노선, 통일전선정책 등 침략과 체제전복 기도 등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현존한다는 사실은
입증할 필요조차 없는 공지의 사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태도는 현재의 남북의 상황이나
상호관계, 국제정세, 남과 북이 체결한 수많은 합의문건, 북의 지도층이 그동안
반복적으로 언명해 온 수많은 발언들과 정면으로 상충됩니다. 결국 공안수사기관,
그리고 법원과 헌법재판소만이 현재까지도 과거 수 십 년 전의 군사독재시절에
조작되고 과장된 허위의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공소장에는 북한이 “민족공조 등을 명분으로 우리사회의 친북세력과
연대하여 ‘통일전선체’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 국내 각 분야에서
활동중인 친북인물에게 지령을 내려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거나 ..... 국내
친북세력들을 사주하거나 지원을 받아 활용하면서 그들을 통해 국가보안법 철폐,
유엔사령부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 등을 주장하며 대남적화공작을 전개하고 ”
있다는 취지의 기재도 있습니다만, 북이 하는 일은 모든 것이 위장이며 거짓이라고
단정하고 난 뒤에는 어떠한 토론도 합리적인 분석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검찰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든 생각은 자유라 하겠으나, 또한 검찰이 지칭하는
소위 친북세력이란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지칭하여 북의 지령을 받아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거나 국가보안법철폐,
유엔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공소장에 기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모욕입니다. 자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자유롭게
외국군대의 철수를 주장하거나 법률의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할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인데, 유엔사 해체, 미군철수 및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을 뭉뚱그려
북의 사주를 받아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무리
냉전시대의 논리에 젖어있다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4)
  미국, 그리고 주한미군과 관련된 문제도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북은 이미 전쟁수행능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주한미군사령관 “버웰
벨”마저 미 의회에서 그와 같이 증언한바 있는데, 또한 국제연합은 1975년 이미
주한유엔군 사령부를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주한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할 것을 총회에서 결의한 바 있는데, 한국 내의 미군(유엔군) 주둔이 북의
무력남침에 대한 전쟁억지력으로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따라서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경기도 평택에 광대한 미군 기지를 조성하여 미군에게 제공하고 그
주둔비용까지 분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기만일 뿐입니다.
미국은 어디까지나 자국의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으로 오늘날 세계에서 미국에
대하여 가장 굴종적인 정부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유사시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전역에 전방위적으로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군사력의 주둔을 위해
장기적으로 안정된 전략 기동군 기지를 확보하고자 할 뿐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한미관계, 북미관계, 국제관계의 진실을 직시한다면, 유엔사 해체와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이 북의 지령과 사주를 받아 북의 무력적화통일노선에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내면화된 자발적 노예근성의 발로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미국인들 중에서도 양심적인 사람들은 스스로 자국을 제국주의 국가라고
비판하면서 한국정부는 미국에 대하여 자주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자국민의 미국에 대한 비판을 범죄로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정부의 미국에 대한 자발적, 노예적 종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5)
  검찰은 또 공소장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조직된
반국가단체로서 .... 대남적화통일을 완수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하고, 국군,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관련 군사사항을 수집하여 북한에 보고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북한의 최대 전위조직”이라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총련을 이와 같이
매도하는 것은 조총련과 민단의 성립과정과 조총련의 성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검찰이 조총련에 소속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 전부를 한꺼번에
모욕하는 소치일 뿐입니다. 더구나 조총련 구성원인 재일동포들은 사실상
무국적자로서 그중 어느 누구도 반국가단체 가입죄로 처벌된 일이 없습니다.

  검찰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약칭 ‘한통련’)은
표면상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지원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북한의 대남공작
전위조직으로 북한 및 조총련의 지시에 따라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이념무장을 하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의 대남혁명을 위한 공개 전위조직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약칭 ‘조평통’)와 연계, 이적단체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약칭 ‘범민련’)을 결성, 남, 북, 해외를 연결하는
전방위 통일전선을 형성하여 대남적화통일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을 왜곡하거나 착각한 것을 넘어서서 있을
수 없는 허위사실의 날조이며 용납될 수 없는 명예훼손입니다.

  한통련은 재일 한국인들로 구성된 민단계열의 인사들이 1973. 8. 15.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반대하여 남한의 민주화와 조국의 통일을 목적으로 결성된 해외
민주화운동 단체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가 1989년에
개편하면서 변경된 명칭입니다. 한통련(한민통)은 당초 1971년 신민당
대통령후보로 출마하여 민주공화당의 박정희 후보와 겨루었다가 패배한 후 일본에
망명하고 있던 김대중 전대통령을 그 의장으로 추대하려 하였으나 결성 전인 1973.
8. 8. 김대중 전대통령이 동경의 한 호텔에서 한국의 중앙정보부 요원에 의하여
납치됨으로서 곽동의선생이 의장을 맡게 되었고, 그 출범식 이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구명운동에 나서는 등 지난 30여 년간 해외에서 조국의 치열한 민주화
투쟁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후 1976. 3. 1.자
민주구국선언사건(명동사건)에 관하여 박정희 정권 당시 검찰이 김대중 전대통령을
내란죄로 기소하면서 “반국가단체”인 한민통(후에 한통련)의 수괴로
추대되었다고 지목하기에 이르러 그 이후 한통련은 공안검찰에 의하여
반국가단체의 누명을 뒤집어 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남한에의
입국이 금지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통련 관계자들은 2003. 9. 19. 대한민국의
정식 여권을 발급받아 귀국하였고, 그 이후 당연히 자유로운 왕래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한통련은 1973년에 결성된 이후 2003년까지 30년간 부당하게 귀국이
금지된 채 줄기차게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독재정권 및 이에 영합하는 일본
정부와 치열하게 투쟁해 왔던 해외 민주화운동 단체의 맏형 격입니다. 그리고 그
의장으로 추대되었다는 이유로 반국가단체의 수괴라는 누명을 썼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의정부 시절 대통령직을 수행하였고 그에 대한 잘못된 판결은 재심에
의해 취소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관계는 깊이 연구할 것도 없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서 단 10분정도 검색해 보는 것으로 충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과거의 악행을 스스로 반성하기는커녕 공소장에서
한통련을 위와 같이 악의적으로 모함하고 있는 것은 오늘 날에 이르러서도
유신체제를 지지하면서 독재정권으로 회귀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반국가단체의 수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6)
  이런 모든 역사적인 사실관계의 왜곡은 지난 40년간 독재정권이 미국의 비호아래
오로지 정권을 유지하고 재창출하기 위해 조작하고 확대재생산해 온 허위주장일
뿐입니다. 그 밖에도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제공되고 보수 언론에 의하여
재생산되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미관계에 관한 정보들은 수많은 허위와 과장,
사기적인 속임수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2002년 10월 미국 특사 켈리가
방북했을 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HEU Program)을 가지고 있음을
시인하였고 켈리가 이를 확인하였다던 당시의 미국의 주장은 북을 궁지로 몰아넣어
1994년에 체결된 북미간의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려는 목적에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과장 내지 조작한 정보였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는 명분으로 조작하였던 통킹만 사건이나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한 명분으로 조작하였던 대량살상무기 의혹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군산복합체가 지배하는 신제국주의국가인 미국의 속성으로부터 유래하는
것입니다.

  검찰은 그동안 북한이 미국을 제국주의국가라고 비난하면서 남한에서의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점이나 통일방안으로서 고려연방제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마치 북한이 반국가단체인 사실의 징표인 것처럼 기술하는 한편, 누군가가 이와
동일 또는 유사한 주장을 하는 것은 그것만으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그
활동을 찬양하는 것으로서 국가보안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아무런 반성적 고려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 국가였음은 역사적인
사실이며, 북의 대남위협에 대한 억지력으로서 남한에 미군이 주둔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이라면, 이러한 검찰의 주장이 시대에 역행하는 검찰만의 독단에
지나지 않는 것임은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남북 양측의 정상은 6.15 공동선언에서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일방안으로서 연방제를 주장하는 것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법행위가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검찰은 피고인이 유엔사의 해체를 주장한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점이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여 이적표현물을 제작, 반포한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립국가의 국민이 외국 군대의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 어떻게
범죄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통상인의 상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미 위에서 보았듯이 남북의 전력을 비교해 볼 때 남한의 안보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주둔이 필요없는 상황임에도 미군철수를 주장할 수 없다면
남한은 독립국가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7)
  이와 같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미관계에 관한 정보와 그에
대하여 경찰, 국정원, 검찰 등 수사기관이 유지하고 있는 견해는 실로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허다한 허위의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다만 전시작전통제권만을 미국의 일개 군인에게 내 맡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외적 정보나 외교적 활동의 영역에 있어서도 미국에 의해 제약받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은 곧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미국의 속국 내지는
식민지적인 상황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와 같은 허위의식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한 북한과 미국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만일 이상과 같은 허위의식을 불식하고 나서 다시 이 사건
공소장을 들여다본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종래와 같은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북한과 미국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한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적용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떤 견해, 주로 검찰의 견해는 형벌법규의 해석 적용을 통해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사법작용에 적용되는 원리와 국가의 정치 외교적 활동의 원리는 동일한
것이 아니므로, 정부가 북과 동시에 유엔에 회원국으로 가입하였고 남북 사이에
수많은 합의가 체결되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교류와 왕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과 장관급회담, 장성급회담 등이 개최되고 있다
하더라도 실정법인 국가보안법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은 여기에 모순되지 않는다는
논지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지의 주장은, 첫째로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기초에 대한 근거
없는 착각에서 연유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권자와 백성, 즉 치자와 피치자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던 전제정이나 또는 통일논의를 정부가 독점하고 국민에게는
복종의 의무만을 강요하였던 과거의 독재정권 아래서는 타당한 주장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치자와 피치자의 자동성을 근본원리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주장은 허용될 수 없는 2중 기준에 불과합니다. 누가 그들 정부권력의
담당자들에게 정상회담과 장관급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고, 누가
그들에게 남북간에 합의를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인지 다시 한번만 생각해
본다면 이와 같은 주장은 허용될 수 없습니다.
  둘째로 한 나라의 정부는, 그것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그 자체로서 단일성과
통일성을 가지고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통일된 법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국가권력을
모순 없이 행사하여야만 하는 것임은 의문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기초로 하여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또는 민족 내부에 있어서나
북을 함께 번영해야 할 동반자로 상정하고 남북간의 화해와 상생, 협력과 교류,
장기적으로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에 기초한 통일을 지향하는
일관된 정책노선을 견지하는 동안, 국가권력의 하위영역에 속하는 한줄기 가지에
불과한 수사기관은 중앙정부의 통치이념과 정책노선에는 아랑곳없이 북을 지상에서
유일한 적국으로 단정하고, 나아가 국민 개개인에 대해서는 북에 대하여 어떠한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한다는 것은 결코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정의의 실현을 종국의 목표로 하는 법의 정신이 실종된
결과이며, 국가권력의 정신분열증적인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4. 국가보안법 적용에 있어서의 2중기준

  그 밖에도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사법기관이 2중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점 역시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다른 어떤 국가기관과도 달리 가장 공정하고
가장 일관된 기준을 견지해야 할 사법기관이 구체적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 2중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작성한 문서들이나 입수한 문서 등은 누구라도 인터넷
등에서 접할 수 있는 문건들이거나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하여 알려진 사실들을
내용으로 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각 대학마다 개설된 북한대학원 등의
강좌에서나 수시로 열리는 북한관련 토론회, 한미관계의 토론회, 시민사회단체가
작성한 문건이나 성명서 등에서 어느 때라도 인용되고 분석되고 토론되는
내용들입니다.
  심지어 유엔사 관계자들은 오히려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항까지도 검찰은
공소를 제기하고 있는 바, 이러한 점은 실로 자발적 노예근성의 발로가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이 사건과 똑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그들만의 필요에 따라, 그리고 대상에
따라 선별적으로 국가보안법의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에
대하여 어떠한 비판적, 반성적인 판단도 유보한 채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임은 의문이 없습니다.

  또한 검찰과 법원이 가지고 있는 이와 같은 터무니없는 2중 기준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우리 헌법 제11조 제1항의 규정을 실질적으로 위반하는
행태인 것도 의문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2중 기준을 시정하지 않는 한 이점에서도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적용은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5. 국가보안법 해석, 적용의 정치적 행태

  끝으로 국가보안법이 불명확한 개념으로 가득 차 있기는 하나, 사법기관이
형벌법규의 해석, 적용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엄격성만 견지한다면 거의 모든
국가보안법위반사건은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논점이 있습니다만, 한 가지 예를 든다면, 백보를 양보하여
피고인이 공소장에 기재된 행위를 모두 행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 결코 그렇게 볼 수 없다는 것은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그와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검사가 그러한 점을 과연 입증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역시 아닙니다.

  나아가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들이 모두 피고인이 행한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그것이 곧 북한이나 북한의 활동을 찬양, 고무, 선전하거나 동조한 것인가? 북한의
주장과 같은 어법을 따르기만 하면, 북한의 주장에 포함된 단어를 사용하기만 하면
찬양이나 동조에 해당하는 것인가? 북이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비난한다는 이유로
우리 국민 중 누군가가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비판하면 그것이 곧 북한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그에 동조하는 것인가?
  더 이상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이점만으로도 이 사건은 기소되어서는 안 될
사건이며, 결코 유죄로 판단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검찰은 북의 주장과 어법(語法)이 같다는 이유로,
문맥(文脈)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용어(用語)가 일치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기소하였고, 법원은 이러한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그들의 의식 속에서 실제로 북한을 찬양하거나 동조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다른
어떠한 입증도 요구하지 않은 채 반성적 고려 없이 유죄판결을 선고해 왔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검찰과 법원이 한국의 국가기관이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관한 한 우리들 통상인들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마치 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전혀 설득할 수 없는 막막한
지경이라는 느낌마저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 적용의 행태는, 우리
국민들에게 북한에 관한 한, 사회주의 담론에 관한 한, 그리고 또 미국에 관한 한,
법의 이름을 빌어 절대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자율적인 사유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독재권력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독재정권의 이와 같은 행태는 오로지 독재정권 자체의 유지와 재창출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제 새롭게 민주화 되었다는 이 나라에서, 아직도 이와 같은 구시대적인,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에 법의 해석과 집행이 예속되어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실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6.   결   어

  국가보안법에 관련된 이와 같은 허위의식, 2중 기준, 법률조항의 해석, 적용에
있어서의 정치적 행태 등은 우리의 왜곡된 현대사로부터 연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45. 8. 15. 광복 이후 한반도의 38 이남지역에서는 미군의 점령으로
인하여 친일잔재를 청산할 기회를 상실하였고, 미군정 3년을 거치면서 왜정시대에
민족을 배반하고 구 일본제국에 부역하였던 민족반역자들은 모두 친미파로
변신하여 영달하였으며, 1948년 미국의 후원아래 국민의 단정수립반대운동을
억압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그들이 결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
영역을 장악하였습니다. 미국은 한반도의 남쪽에 말 잘 듣는 친미정권을 수립하는
것 이외에 우리 민족의 생존과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왜정시대 조선의 독립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일제에 의해 만들어졌던
치안유지법은 우리 민족이 구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 된지 불과 3년여
만에 다시 국가보안법으로 부활하였고, 미국의 비호아래 40년의 독재를 거치면서
오히려 강화되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면서 싸운 결과로, 수많은
국민들의 단합된 투쟁의 결과로 군사독재를 청산하고서도 이미 1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국가보안법은 당초 제정되어서는 안 되었던 법률이며, 벌써
폐지되었어야 할 법률이지만, 지금 이 법률이 그대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이제는
국가보안법 역시 정치적 악용의 어두운 역사를 일소하고 일반의 다른 법률과
동일하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그 토대 위에서 엄정하고 합리적인 해석을
거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법원에서는 이 사건의 사실심리와 증거조사 및 법률의
해석적용과정에서 사법부가 지켜야만 할 엄격한 기준에 따라 예술가인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을 정확히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이 사건의 모두진술을 마칩니다.

2007.     7.     4.

   피고인의 변호인		법무법인 덕  수
					담당변호사   최   병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제22부        귀중

--------------------------------------
 1) 2004. 12. 23.자 프레시안 기사. 세계연대성명(Worldwide Statement of
Solidarity)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남한의 민주주의, 평화, 인권을
증진하라!”,  여기에 노암 촘스키, 브루스 커밍스,. 램지 클라크, 미셀
초스도프스키 등 세계 22개국의 저명한 지식인 325명이 서명했다.

 2) 또한 구체적인 공소사실의 내용이나 과연 이 사건에서 기소된 이승구
사진작가가 공소장에 기재된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공판 심리과정에서
이승구 작가와 변호인들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주장될 것이므로 여기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

  3) 1990년대 구소련과 동구권 등 사회주의의 몰락은 사실상 국가보안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해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국가보안법의 태생적 기반이 오로지 1945년 미국과 구소련의 한반도
분할점령으로부터 비롯된 남북의 체제대립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4)8.15 광복 이후 남과 북은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각각 미군과 소련군에 의하여
점령되었다. 미국은 남측에서 여운형, 김구 등을 주축으로 한 한국민의 자치적
노력을 일체 부정하고 점령군으로서 미군정을 실시하였으나 북측에서는 소련의
지도아래 김일성을 중심으로 사회주의체제의 건설로 나아갔다. 1947. 3. 대소
봉쇄를 천명한 트루만독트린의 발표로 미소간의 대립이 현실화되면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소공동위원회는 결렬되었고, 통일정부 수립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1947. 9. 17. 한국문제를 유엔에 넘겨버렸고, 소련은 1947. 9. 27.
미소 양군의 1948년 초 동시철군과 한국민에 의한 자주적 독립정부 수립을 주장한
반면 미국은 유엔 감시하의 남북한 인구비례에 의한 자유선거를 주장했다. 그 후
남북한 정치지도자들의 남북합작운동과 남북연석회의 등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끝에 남측에서는 미국의 지원아래 제주 4.3항쟁 등 단정수립 반대운동을 억압하고
1948. 5. 10. 단독선거를 거쳐 8. 15.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한편 38
이북에서는 1948. 8. 25. 북한정권 수립을 위한 선거가 실시되어 9. 9.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임영태 저 “북한50년사” 1권 pp.156 

 5)검찰은 과거에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면서 그 중요한 근거로
‘대한민국은 유엔총회의 결의에 의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전제를
내세웠다. 그러나 유엔총회 결의 제195호 III(1948. 12. 12.)의 내용은
“(유엔)임시위원단이 감시 및 협의할 수 있었고, KOREA 인민의 과반수가 거주하고
있는 KOREA의 그 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행정권과 사법권을 갖는 합법적인 정부가
수립되었다는 것, 이 정부가 KOREA의 그 지역의 유권자의 자유의사의 정당한
표현이며, (유엔)임시위원단이 감시한 선거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정부가 KOREA의 그 지역에서의 그와 같은 유일한 정부임을 선언한다.”는 것이므로
유엔총회의 결의는 어디까지나 유엔 선거감시위원단의 감시아래 선거가 시행된 38
이남의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북한지역은 공백지대로 남겨진 것이다. 결국
과거 정부나 검찰이 주장한 ‘유엔결의’란 근거 없는 착각이 아니라면 고의적인
기만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밖에 ②휴전선 이북지역에 대한민국의 통치권
또는 행정권이 행사되었던 실적이 없고, ③북한은 국가의 3요소인 영토, 인민,
주권 등 국제법상 국가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④ 휴전협정상 북한은
협정의 당사국으로 서명하였고, ⑤ 남과 북은 서로 대등한 당사자로서 많은 성명과
협정을 체결하였을 뿐 아니라 ⑥ 상호 독립국으로서 유엔에 동시 가입하였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북한은 법률상 독립국가이지 반국가단체가 아니다. 자세한
것은 리영희 반세기의 신화 pp.173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가
아니다“ 참조

 6)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212 판결. “북한이 여전히 우리 나라와
대치하면서 우리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하는 적화통일노선을
완전히 포기하였다는 명백한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고, 그들 내부에 뚜렷한 민주적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상,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남북 사이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여 바로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이 소멸하였다거나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 상실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7)대법원의 견해를 그대로 연장한다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의
범죄단체구성죄에 있어서도 그 구성과 존립에 있어 범죄단체이면서 동시에
범죄단체가 아닌 적법인 단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인데, 그것이 법률상 있을 수
없는 일임은 의문이 없다.

  8)2004년 국방백서에 나타난 2003년의 남북한 경제규모 비교.

  9)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대하여 열세에 있다는 주장은 국방부와 일부
어용학자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외국의 유수한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남한의 군사력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임영태 “남북한 군사력
비교: 북한 군사력 우위론의 허구성” 참조.

 10)북의 군사비 지출은 다음과 같다.
        연도	군사비(억 달러)	GNI 대비(%)	총예산 대비(%)
        1997 	        47.8	      27			52
        1998	        47.8	      37.9		52
        1999	        47.8	      30			51
   위 기간중 북이 발표한 군사비 수치는 20억달러 수준이며, 위 표에 기재한 북의
군사비 수치는 북의 실정과 구매력을 감안해 남측 국방부가 재조정한 수치이다.
따라서 논자에 따라서는 북의 군사비를 더 낮게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하여 남한의 경우 2004년 정부예산은 총 117조 5천억원이며 국방예산은 19조
1288억원(167억 1천만 달러, 2004년 평균환율 1,144.7원 )에 달한다.
   한편, 군사학에서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상대방을 공격하여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3배 이상의 군사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11)헌법재판소 1998. 8. 27. 선고, 97헌바85 결정

  12)심재환 “국가보안법의 전제인 북한에 의한 무력남침, 적화통일론의 허구성”
‘2004한국인권보고대회및토론회’자료집 pp.161

 13)북한은 남한에 있어 혁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북한은 남한 혁명을 사회주의 혁명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즉,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혁명과 사회주의 건설이 당면한 혁명과업이지만, 남한에서는
반제 반봉건적 민주주의 혁명과 조국통일이 당면과업이며, 남한혁명은 남한
국민들의 힘으로 이룩해야 할 남측 내부의 일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북한이 남한과의 화해협력,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통일전략에 있어서는 북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남과 북이
독립된 정부를 유지하면서 연방형태로 결합하는 방식의 고려연방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것은 검찰이 주장하는 적화통일목표와는 상충되어 북이 적화통일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를 찾을 수 없다.

 14)버웰 벨의 2007. 3. 7.자 미 하원 군사위원회 증언. “냉전종식 이후 지난
15~20년 동안 북한의 군사력은 저하됐다. 그들의 재래식 군사력은 20년 전의
군사력이 아니다. (…) 경제난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의 군사적 지원중단으로
과거에 비해 군사훈련수준과 전투준비태세가 떨어지고 있다. (…) 현 상태대로라면
북한군이 한국을 공격할 능력을 유지할지 의심스럽다.”는 진술. 또한, “북한군의
대부분 항공기는 냉전시대에 구입한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항공기를 제작하지
않았고 전통적인 공급국들로부터 새로운 항공기를 얻지도 못하고 있다. (…) 물론
북한은 우리 공군이나 해군, 한국군이 훈련하는 수준으로 훈련하지는 않는다.
북한공군의 비행시간은 우리 공군과 해군 조종사들의 10%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북한공군의 능력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진술. 
      또한, 주한미군 사령관 겸 유엔군 총사령관 겸 한미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W.
리스카시(Robert W. Riscassi) 대장은 이미 1991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북한군사력 평가보고서”에서, “북한 군대는 사실상 군사력이라고 할 수
없으며, 북한군 병기창의 첨단무기인 미그-29 전투기는 부속품과 연료가 없어서 그
조종사의 비행훈련을 1년에 겨우 4시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기간 남한 공군전투기 조종사의 1인당 평균 연간 비행훈련은 약 130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리영희 “반세기의 신화” p166.

  15)한국정부가 2006년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나아가 미군의 전략기동군화에 합의한 것은 미국의 이와 같은
세계지배전략에 주한미군을 편입하는데 이의 없이 동의한 것이다. 이것은
주한미군이 세계의 어느 지역에든 한국정부의 동의 없이 신속하게 이동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은 체약 쌍방 당사국중 어느 1국이 외부로부터의
침략위협에 처했을 때 상호 협력하기로 하는 내용의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반하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해(2006년) 7월 미사일발사 실험을, 10월 핵실험을 각각 시행한
부분에 관하여 일부에서는 남한을 겨냥한 군사도발로 매도하면서, 이것이야 말로
북한의 무력적화통일 야욕에 변화가 없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어디까지나 일방주의적인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이점은 2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1)
북측이 현재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정책에 집착하는 것은 사회주의 우방국이던
중국과 러시아의 보호막이 제거된 데다가(중국과 러시아는 남한과 수교하는
단계에서 이미 북한에 대하여 사회주의 우방국으로서의 최혜국대우를 철회한
상태이며, 북중, 북러 우호조약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이다.) 남한에 3만 5천명
규모의 방대한 미군이 주둔하면서 매년 세계 최대규모의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고(북한에는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어떤 외국군대도 주둔하고 있지
않으며, 어떠한 합동군사훈련도 행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가중되는
경제봉쇄와 핵선제공격 위협 등 경제적, 군사적 위협이 계속 증대되고 있는 데
대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다. 박정희 정권은 1970년 아시아에 있어서의
분쟁에 대한 불개입원칙을 선언한 닉슨독트린의 선포와 1975년 미국의
월남전에서의 패배를 목도하고 당시 북에 대하여 경제력이 열세였던 남한의
입장에서 핵무기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1970년대에 핵무기 개발을 서둘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북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리영희 반세기의 신화 pp150. (2) 북한은 시종일관 미국에 대하여
체제보장과 경제봉쇄해제만 실현되면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지난해 10월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2007년 6자회담에 복귀하면서 곧바로 미국의
BDA 자금동결 해제와 체제보장을 전제로 핵무기 폐기를 약속했다. 이것은 곧 북의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이 오로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단적인 증거인 셈이다.

 16)과거로부터 주한미군 사령관 등이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전쟁능력 등에 관하여
진실을 말하면서도 역대 주한 미국대사 등은 이에 관계없이 한국정부에 대해
대북관계에 관하여 오만하고 안하무인의 발언을 일삼는 것은 한국정부의 미국에
대한 노예적 굴종이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주한미군에 관한 진실과는 무관하게
정권유지를 위해서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정부의 대북지원, 남북 철도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에
대하여 사사건건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이의를 제기하고, 주한미군 분담금을
증액하지 않으면 미군을 재배치할 수 있다는 발언 등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이러한 상황은 노무현 정권에서도 조금도 변화가 없어 보인다.

 17)브루스 커밍스, 2003. 7. 29. 프레시안 기사, “북핵위기 책임의 대부분은
미국에 있다” - 커밍스 인터뷰 “한국, 대미의존 벗어나 자주적 목소리 내야”

 18)미국이 한국의 정부수립 이후 지속적으로 독재정권을 비호해 왔던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1980년 5월 광주 민중항쟁 당시에 미국이 군부의 5.18 광주 학살을
묵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사시 미군을 투입하여 진압하려는 계획까지 수립하고
사병들에게 폭동진압훈련을 실시하였던 사실이 당시의 미군 사병의 증언 등에 의해
후에 밝혀진 바 있다. 미국이 국제적으로 소위 인권외교를 표방하면서 중국의
천안문 사태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여 왔으나 광주의 5.18
학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사실은 미국의 2중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9)오마이뉴스 2007. 3. 12. “임동원·양성철·문정인 ‘HEU 프로그램은 제네바
합의 깨기 위한 네오콘 정보조작’” 김당 기자 ;프레시안 2007. 2. 22. “미국은
북 농축우라늄 문제에도 ‘정보실패’?” 황호준 기자 등.
   또한 미국이 2005. 9. 마카오 방코 델타 아시아 은행(BDA)을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정한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고, 이것은 오로지 북한이 미국의
경제봉쇄에 대한 활로를 뚫기 위해 BDA를 통해 합법적으로 금을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라는 기사가 최근 보도되었다. 프레시안 2007. 4. 25.
“BDA는 주범 없는 공범”-“한반도브리핑<49> 위조지폐 증거 없는 돈세탁 주장”;
5. 14. 열린 “2007년 서울-워싱턴 포럼”(세종연구소, 브루킹스연구소
공동주관)에서는 양성철 전 주미 한국대사의 HEU 프로그램 정보조작 주장에 대해
켈리는 대체로 이를 시인하는 태도로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5.
14. 황호준 기자 “양성철 전주미대사, 작심하고 부시 비판 - HEU 및 BDA
집중추궁”기사. 

 20)제국주의란 사전적인 의미로서는, “1국의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지배권을
당해 국가의 국경을 초월하여 다른 민족·국가의 영토나 지배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국가의 이념이나 정책”으로 정의되는 바, 미국의 세계를 대상으로 한 팽창주의를
지칭함에 있어 신제국주의 이외에 다른 적절한 용어를 찾을 수 없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후발 제국주의 국가로서, 영국, 스페인 등 선발제국주의국가를
모방하여 스페인과 전쟁을 벌인 끝에 승리하여 스페인으로부터 필리핀, 괌,
사이판을 양도받았고, 멕시코에 대해 전쟁을 도발하여 텍사스 등 멕시코 영토의
3분의 1에 달하는 지역을 탈취하였으며, 독립국이던 하와이 왕국을 침공 합병하여 
자국의 영토 일부로 만들었다. 미국이 1871년 강화도를 침공하였던 신미양요
사건이나 1905년 7월에 일본과의 사이에서 미국이 필리핀을 획득하는 대가로
한반도를 일본의 보호국으로 양해하는 내용의 가쓰라-태프트밀약을 비밀리에
체결한 사실 역시 이러한 미국의 후발 제국주의 국가적인 성격으로부터 유래하는
역사적 결과일 뿐이다.
     이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행태가 신제국주의로 규정되고
있다는 점 역시 학계의 공인된 사실이며, 미국 자국의 진보적 학자들 역시 모두
동의하는 사실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거침없이 침략전쟁을
도발하고, 북한에 대해 끊임없이 핵 선제공격 등의 위협을 해 왔던 사실을 보면
미국을 제국주의국가로 규정함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미국은 그 밖에도
190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파나마, 니카라과, 온두라스, 아이티,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그레나다, 베트남 등 수 많은 약소국들을 침공하는 등
제국주의 국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해 왔으며, 미국에의 굴종을 거부하는
여러 나라의 암살기도, 정부전복기도, 반군지원 등 국제법상 허용될 수 없는 많은
불법행위를 자행해 왔다.
     또한 미국은 국내적으로 민주주의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정치체제의
운용에 있어 모범적이라는 이유를 들면서(과연 그러한 것인지 조차도 의문이지만)
미국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부인하는 견해가 있으나, 1국이 국내적으로 어떠한
정치체제를 채택 운용하는가의 문제와 대외적으로 어떠한 정책적 기조를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는 전혀 별개이다. 예컨대, 과거 가장 대표적인
선발제국주의국가였던 영국은 당시 국내적으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모범적인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었다.

 21)이승만은 6.25 전쟁을 계기로 1950. 7. 17. 주한유엔군사령관이던 맥아더에게
작전지휘권(작전통제권)을 무기한으로 이양하였고, 이는 1878. 11.
한미연합사령부의 창설과 동시에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양되었으며, 1994. 12. 1. 평시작전통제권은 환수하였으나 전시작전통제권은
아직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아무리 약소국가라
하더라도 자국의 작전통제권을 자국의 군통수권자(원수)가 아닌 외국 군인에게
부여하고 있는 나라는 식민지가 아닌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주한 미국
대사 버시바우가 식민지 총독처럼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에 대하여 비난하는 등
각종의 내정간섭적인 발언을 반복하고, 일개 군인에 불과한 주한 미군사령관 버웰
벨이 2007년 전시연합증원훈련은 미 본토에서 1개 여단의 병력을 공수해 와서 사상
최대의 규모로 시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공언하고 있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이에 대하여 공식논평을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은 한미관계의 불평등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위 주 5)에서 인용한 대법원 판례의 견해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 대의민주제를 채택한 국가들에서 국가권력은 국민이 선출한 선출직
공무원들(의회의 의원 및 대통령 등 행정수반)에 의해 행사되며, 정부의 이념과
정책목표는 그들이 선거과정에서 국민에게 제시한 공약에 의해 설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대의민주제 실현을 위해서는 모든 국가권력작용(입법,
행정, 사법)은 이와 같은 이념과 정책목표에 종속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직이 아닌 사법부(법원 및 헌법재판소) 구성원들이 국가의 이념 및 정책목표와
상충되는 결정을 견지하고, 그것이 유지, 강제되는 제도는 진정한 대의민주제의
실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의 대법원이나 한국의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사권을 갖는 것은 민주정의 원리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로버트 달 “미국헌법과 민주주의” 및 위 책의 한국어판 서문(최장집)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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